매서운 겨울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대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도 꽃잎처럼 설레기 마련입니다. '꽃 피는 춘삼월(春三月)'이 되면 남쪽 바다의 작은 섬들은 저마다의 화려한 꽃옷을 갈아입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봄철 섬 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특히 남해안 섬 지역은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서 평균 4.7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속담처럼 서두르지 말고, 저와 함께 남해안의 아름다운 섬들을 천천히 둘러보시죠.
1. 거제도 - 동백과 벚꽃의 향연
경상남도 최대 섬인 거제도는 매년 3월 초부터 시작되는 동백꽃과 4월 초의 벚꽃이 절묘한 시간차를 두고 피어납니다. 특히 지심도로 가는 길목의 해안선을 따라 심어진 동백나무 군락지는 총 길이가 약 1.2km에 달하며, 약 3,000그루의 동백나무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거제도 동백꽃은 일반 동백보다 평균 꽃잎 크기가 약 15% 크며,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 함량이 약 1.3배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거제 동백은 '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거제도의 또 다른 명소인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봄바다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2022년 기준으로 이 축제는 약 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특히 해질녘 노을과 함께 보는 벚꽃은 '일생일대(一生一代)'의 장관으로 꼽힙니다.
2. 남해 – 매화와 유채꽃의 파노라마
경남 남해군은 '보물섬'이라는 별칭답게 봄이면 보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3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끕니다. 남해 창선면 일대의 매화나무는 약 3만 그루로, 이는 단일 지역 매화 군락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농업기술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창선도 매화나무 중 80%는 수령이 30년 이상으로, 이른 봄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이 마치 '운무유수(雲霧流水)'와 같다고 합니다. 구름과 안개가 물 위를 흐르는 듯한 풍경이란 뜻이죠.
4월이 되면 남해 다랭이마을의 유채꽃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계단식 논을 따라 피어난 노란 유채꽃은 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을 펼칩니다. 남해군의 자료에 따르면, 다랭이마을의 계단식 논은 총 108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2.7헥타르 면적에 유채꽃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일망무제(一望無際)'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3. 여수 향일암과 금오도 – 철쭉과 동백의 만남
전남 여수의 향일암은 해를 향해 지어진 절이라는 뜻처럼, 봄이면 해돋이와 함께 피어나는 철쭉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약 5,000평 규모의 철쭉 군락지가 분홍빛 물결을 이룹니다. 문화재청의 조사에 따르면, 향일암 일대의 철쭉은 평균 수령이 약 25년으로, 꽃의 색감이 특히 선명하다고 합니다.
여수의 금오도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비렁길로 유명하지만, 봄에는 섬 전체가 꽃으로 뒤덮입니다. 3월에는 동백이, 4월에는 벚꽃이, 5월에는 철쭉이 차례로 피어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입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가 무색할 만큼 완연한 봄 풍경이 펼쳐진다는 의미지요.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금오도 정상부의 야생 동백 군락지입니다. 환경부의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동백나무는 평균 수령이 약 50년으로, 일부는 100년이 넘는 고목도 있다고 합니다. 총 면적은 약 14만㎡에 달하며, 이른 봄 개화율은 약 85%에 이릅니다.
4. 통영 미륵도와 사량도 – 산수유와 벚꽃의 어울림
경남 통영의 미륵도는 케이블카로 유명하지만, 봄이면 산수유와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더욱 사랑받습니다. 특히 미륵산 중턱에 위치한 산수유 군락지는 약 5,000그루로, 3월 중순부터 노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통영시 자료에 따르면, 이곳 산수유의 꿀 함량은 일반 산수유보다 약 1.2배 높아 향이 특히 진하다고 합니다.
통영의 또 다른 보석인 사량도는 4월이 되면 섬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입니다. 특히 사량도 진막 마을의 벚꽃 터널은 길이가 약 800m로, 마치 '화개십리(花開十里)'를 연상케 합니다. 꽃이 십리에 걸쳐 활짝 피었다는 뜻의 이 표현처럼, 사량도의 벚꽃은 그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량도는 봄철 평균 기온이 육지보다 약 2°C 높아 벚꽃이 일주일 정도 일찍 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덕분에 조금 더 이른 벚꽃 여행을 계획할 수 있죠.
5. 완도 보길도 – 동백과 청보리의 조화
전남 완도의 보길도는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섬'으로 불렸습니다. 봄이면 이곳은 붉은 동백과 푸른 청보리가 어우러진 '천하일품(天下一品)'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예송리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동백 군락지는 면적이 약 5만㎡로,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환경부의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보길도의 동백나무는 척박한 해안가 환경에 적응하여 일반 동백보다 염분 저항성이 약 30%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바닷바람이 거센 날에도 꿋꿋하게 꽃을 피우는 모습이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4월 중순이 되면 보길도 청보리밭이 절정을 이룹니다. 예송리 일대에 심어진 청보리는 약 4헥타르 규모로,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이 마치 '풍류천하(風流天下)'를 즐기는 듯합니다.
마치며
'철따라 꽃 피고 새 우는 봄'이라는 말처럼, 남해안의 섬들은 각자의 시간에 맞춰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남해안 섬 지역은 봄철 평균 일조량이 육지보다 약 1.5배 많아 꽃의 발색이 더욱 선명하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대신 국내 섬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는데,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봄철 남해안 섬 지역 방문객은 약 127만 명으로, 이는 2019년 대비 약 23% 증가한 수치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글로 표현된 아름다움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이 더 값진 법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남해안의 섬들을 찾아 '심신양득(心身兩得)'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붉은 동백, 하얀 매화, 노란 유채꽃, 분홍 벚꽃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